기록/시

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

화이-Fi 2025. 6. 3. 06: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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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 토끼를 만났다 / 송찬호

 

 

초록 토끼를 만났다
거짓말이 아니다
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
전에 난 초록 호랑이도 만난 적 있다니까

난 늘 이상하고
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

'초록 토끼를 만났다'고
또박또박 써 본다
내 비밀을 기억해 둬야 하니까
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

 

 

— 『 초록 토끼를 만났다 』, 송찬호, 문학동네, 2017

 

 


 

 

저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, 거창하고도 이상적인 꿈이 있습니다.

때로는 허황돼 보이고, 저조차 믿기 어려울 때도 있었어요.

어릴 적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저는 초록토끼를 꿈꾸던 적이 많았습니다.

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타협하게 되고, 이상은 마음 깊숙한 곳에 조용히 묻어두게 되는 것 같아요.

이상을 꺼내 보이면, 철없는 사람쯤으로 여겨지니까요.

그런 제 꿈을 떠올릴 때면 송찬호 시인의 「초록 토끼를 만났다」가 생각납니다.

 

이 시에서 ‘초록 토끼를 만났다’는 말은 실제 만남이 아니라,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꿈이자 희망입니다.

그 꿈을 믿고 싶기에, 또박또박 마음속에 적으며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‘비밀’인 것이죠.

 

초록 토끼는 우리에게 있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나만의 꿈이고, 미래이고, 희망입니다.

저는 그 꿈을 잊지 않기 위해 나만의 비밀처럼 마음에 간직하려 합니다.

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.

 

어릴 적 미래에 기대에 차 있던, 눈이 반짝거리던 '나'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.

그 아이가 본 초록 토끼를 나도 끝까지 믿고 싶어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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